클래식 아이반의 얼굴은 그대로 두고, 잘 보이지 않는 자리를 다시 설계한 안경입니다
안녕하세요. ‘과정이 기억 되는 안경’ 사이트안경의 태호군 입니다.
매장에 E5 아이반 세 모델이 들어왔습니다. P21과 P11, 그리고 P7입니다. 입고 소식은 보통 사진 몇 장과 함께 짧게 전해드리게 되는데, 이번에는 조금 길게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오래 지켜본 브랜드이기도 하고, 이 안경의 좋은 점이 겉모습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결론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E5 아이반은 클래식 아이반의 인상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힌지와 코받침, 다리 끝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를 오래 편하게 쓰도록 다시 설계한 안경입니다. 말하자면 오래 쓰라고 만든 클래식입니다.

올리버피플스와 아이반은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요
저는 올리버피플스를 좋아하던 시절에 아이반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이반은 1972년 일본에서 ‘옷처럼 입는 안경’이라는 생각으로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1985년 미국의 한 박람회에서 이 안경을 눈여겨본 곳이 LA의 올리버피플스였고, 1989년 두 회사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올리버피플스의 안경을 아이반이 만들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던 두 이름이 사실은 한 뿌리로 이어져 있었던 셈이고, 지금도 올리버피플스의 옛 안경에서 어딘가 아이반과 닮은 결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두 브랜드는 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아이반은 2013년 아이반7285를 시작으로 자기 이름을 건 컬렉션들을 다시 선보였고, 2021년에는 E5가 나왔습니다. 실용성, 기능성, 신뢰성, 유연성, 내구성. 안경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요소를 먼저 정해 두고, 멋을 위한 장식을 더하는 대신 기능에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만드는 컬렉션입니다. 디자인은 2009년부터 아이반과 함께해 온 나카가와 히로타카 디자이너가 맡았고, 안경 산지로 이름난 후쿠이현 사바에에 제조 거점을 두고 만들어집니다.

겉은 클래식인데, 속은 무엇이 다를까요
이 안경의 매력은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보입니다. 입고된 실물을 받아 제가 직접 확인한 자리가 세 군데 있습니다.
첫째는 힌지입니다. 안경 나사가 자꾸 풀려 불편했던 경험은 안경을 쓰는 분이라면 한 번쯤 있으실 텐데, E5의 힌지는 나사 주변을 감싸는 구조로 풀림을 억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다리 끝입니다. 비중이 높은 금속인 텅스텐 파츠를 다리 끝에 넣어 무게중심을 뒤로 보냈습니다. 안경의 무게가 코에 몰리지 않도록 배분하는 장치이고, 다리 끝에 E5라고 새겨진 작은 각인 파츠가 바로 그것입니다. 셋째는 다리와 코받침입니다. 다리에는 티타늄 심을 넣은 L자형 구조가 들어가 부드럽게 걸리고, 투명한 코받침 안에도 금속 심이 있어 모양을 잡아 주고 흘러내림을 줄여 줍니다.
안경사 입장에서 하나 보태자면, 이런 구조는 조정의 폭이 넓습니다. 안경은 사는 날 하루보다 쓰는 날들이 훨씬 긴 물건이라, 저는 처음 쓸 때의 인상만큼이나 반년 뒤에도 같은 착용감이 유지되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피팅으로 맞춰드릴 여지가 넓은 안경은 그 시간을 함께 견뎌 줍니다. E5가 반가웠던 것은 그 고민을 브랜드가 먼저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들여온 세 모델은 어떻게 다를까요
이번 입고는 세 모델이고, 컬러는 매일 쓰기 좋은 블랙과 크리스탈로 골랐습니다. P21은 렌즈 폭이 넉넉한 각진 웰링턴으로, 얼굴이 큰 편이거나 시원하고 반듯한 인상을 원하는 분께 잘 어울립니다. 실물 각인 기준 사이즈는 53-20 150입니다. P11은 조금 더 작고 둥근 웰링턴입니다. 셋 중에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가장 진하게 담은 모델이고, 각인은 47-22 145입니다. P7은 투명한 보스턴 셰이프로 부드럽고 화사한 인상을 만들어 주며, 각인은 48-22 145입니다.
촬영을 하며 저도 직접 써 보았는데, 쓰자마자 얼굴에 자리를 잡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P21과 P11은 깔끔한 분위기를 원하는 남성분께, P7은 화사한 인상을 원하는 여성분께 먼저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얼굴형과 취향에 따라 답은 달라지니, 직접 써 보고 정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이 안경이 맞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좋은 이야기만 드리면 정직한 안내가 아닐 것입니다. 최대한 가늘고 가벼운 안경을 찾으신다면 E5 아이반은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컬렉션은 클래식한 뿔테의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다듬은 안경이지, 무게와 부피 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인 안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벼움이 최우선이라면 얇은 티타늄 테 쪽이 더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진한 뿔테가 처음이신 분은 무게보다 인상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P7처럼 투명한 컬러부터 시작해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런 부분은 상담에서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고, 더 맞는 방향을 함께 찾아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세 모델 모두 매장에 실물이 있습니다. 코에 닿는 느낌과 관자놀이의 압박감, 거울 속 인상까지, 안경은 결국 직접 써 보아야 아는 물건입니다. 사이트안경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고,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 300 지밸리몰 1층 10호에 있습니다. 예약 후 방문해 주시면 넉넉한 시간으로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시착만 하고 가셔도 괜찮습니다. 안경은 서둘러 고르면 아쉬움이 남는 물건이니까요.
가격은 모델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매장으로 문의 주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 세 모델 모두 매장에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