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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은 카탈로그에 적히지만, 되돌아오는 성질은 2년쯤 써봐야 알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과정이 기억 되는 안경’ 사이트안경의 태호군 입니다.

오늘은 7년 넘게 뵈어 온 A 고객님의 선글라스 제작 기록을 나눠보려 합니다. 40대 후반이시고, 근시와 난시에 더해 가까운 곳을 볼 때의 부담까지 세 가지가 함께 있으신 분입니다. 마흔 중후반은 가까운 거리에서 눈이 먼저 지치기 시작하는 무렵이라,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안경 한 벌로 정리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로워집니다. 멀리도 보아야 하고, 가까이도 편해야 하며, 그 사이를 오가는 일까지 잦기 때문입니다.

안경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A 고객님께서 처음부터 일관되게 말씀하신 조건은 하나였습니다. 안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디자인에 관한 요구가 아닙니다. 여러 번 여쭈어 본 끝에 정리된 내용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가벼울 것. 하루 종일 쓰고 계셔야 하니 코와 귀에 남는 자국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둘째는 눌리거나 부딪혔을 때 그 흔적이 오래 남지 않을 것. 가방에 넣다가 눌리고, 세수하다 떨어뜨리고, 아이가 잡아당기는 일까지 실제로 벌어집니다. 셋째가 사실 핵심이었는데, 그때마다 매장에 오지 않아도 될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조건이 나오는 순간 고를 기준이 바뀝니다. 안경테를 볼 때 ‘예쁜가’가 아니라 ‘되돌아오는가’를 먼저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매장에 자주 오시게 만드는 안경은 저희에게는 편할지 몰라도 쓰시는 분에게는 일거리입니다.

얇은 티타늄은 무테와 무엇이 다를까요

린드버그의 얇은 티타늄 구조는 이 조건에 잘 맞는 편입니다. 두께가 얇아 무게가 적고, 어느 정도까지는 힘을 받았다가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는 성질이 있습니다. 카탈로그에 적히는 것은 앞의 것이지만 2년쯤 쓰신 뒤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뒤의 것입니다.

한 가지 짚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구조는 무테가 아닙니다. 렌즈 둘레를 얇은 금속이 한 바퀴 두르고 있는 풀림 구조이며, 다만 그 금속이 매우 얇아 멀리서 보면 무테처럼 보일 뿐입니다. 무테는 렌즈에 직접 구멍을 뚫어 다리와 브릿지를 고정하는 방식이라 구조가 전혀 다르고, 파손이 생기는 자리도 다릅니다.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알고 계시면 관리 방법과 수리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어긋나게 됩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되돌아온다는 것이 부러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밟히거나 접힌 채로 눌리면 어떤 안경테든 손상됩니다. 탄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힘을 흘려보낸다는 뜻이지, 사고를 견딘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이 한계까지 함께 말씀드린 뒤에 이번 안경테를 정했습니다.

선글라스에도 도수를 넣을 수 있을까요

넣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근시와 난시 도수를 그대로 넣어 제작했습니다. 렌즈는 에실로 제품으로 만들었고, 착색은 그레이 투톤으로, 위가 진하고 아래로 갈수록 옅어지는 그라데이션 방식으로 넣었습니다. 제작 기간은 닷새에서 이레 정도 걸렸습니다. 색을 입히는 공정이 따로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 안경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이 기간은 2026년 7월 기준이며, 렌즈 종류와 도수, 색 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구간이 있습니다. 렌즈를 안경테 모양대로 깎기 전에, 아직 둥근 상태의 렌즈 위에서 가로세로 축과 중심을 잡는 일입니다. 난시가 있으면 렌즈에는 방향이 생깁니다. 이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도수는 분명히 맞는데 쓰면 불편한 안경이 됩니다. 도수표에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조심해서 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2년 만의 검사에서 도수가 줄어 있었습니다

A 고객님께서는 기존 안경을 2년 정도 쓰고 계셨고, 그 2년 전부터는 가까운 곳을 볼 때 눈이 덜 애쓰도록 도수를 조금 거들어 주는 설계의 렌즈를 사용해 오셨습니다.

선글라스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검사를 했습니다. 쓰시던 도수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지금 눈에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저희 순서입니다. 그런데 나온 값이 예상과 달랐습니다. 근시가 두 단계, 난시가 네 단계 줄어 있었습니다. 나빠진 쪽이 아니라 줄어든 쪽이었습니다. A 고객님께서도 조금 놀라셨습니다. 어차피 또 나빠졌을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렌즈가 시력을 좋아지게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 부분은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까운 곳을 편하게 해주는 부가 도수는 눈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지 눈의 힘을 키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제 의견이 아니라 안경광학 교재에 적혀 있는 내용으로, 쓴다고 약해지지도 않고 쓴다고 좋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값이 줄었는가에 대해 제가 드릴 수 있는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 눈은 가까운 것을 볼 때 안쪽에서 힘을 씁니다. 그 힘이 오래 이어지면 바로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있고, 그 상태로 멀리 있는 것을 재면 실제보다 근시 쪽으로 측정되기도 합니다. 근거리 부담이 줄어 있으면 그 긴장이 덜 섞인 값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확한 표현은 시력이 좋아졌다기보다 긴장이 덜 섞인 값이 측정되었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정직하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난시까지 함께 줄어든 것은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난시는 눈 앞쪽 각막의 모양이 크게 관여하는 값이라, 힘을 쓰고 푸는 것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도 원인을 하나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매장에서 겪어 본 범위에서는 근거리 부담을 줄여 오신 분들에게서 이런 값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정도까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 한 분의 기록이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 변화를 변화로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저는 이 사례에서 값 자체보다 이 점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A 고객님께서 7년 넘게 같은 곳에서 검사를 받아 오셨기 때문에 비교할 기록이 남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록이 없었다면 이번 값은 그저 오늘의 도수였을 것이고, 줄었는지 늘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교재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도수가 조금씩 올라가는 흐름은 여러 번에 걸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 번의 방문으로는 보이지 않고, 지난 도수를 물어보아야 비로소 보인다는 것입니다. 같은 교재에는 조금 뼈아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멀리가 흐리다는 말에 도수를 계속 올리는 일은 만드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함정이라는 지적입니다. 저희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도수가 줄어 나왔을 때 저는 반가워하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 선택에서 아쉬울 수 있는 점

좋은 이야기만 드리면 정직한 안내가 아닐 것 같습니다.

도수가 줄어 나왔다고 해서 그 값이 계속 유지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활이 바뀌면 값도 다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수를 줄이는 방향의 변경은 그 자리에서 확정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저희는 새 도수를 먼저 써 보시게 하고 2주쯤 뒤에 같은 조건에서 다시 재는 절차를 권해드립니다.

얇은 티타늄 구조는 가볍고 잘 되돌아오지만 가격대가 낮지 않습니다. 가벼움과 복원력에 값을 지불하시는 셈이라고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 그라데이션 착색은 아래로 갈수록 옅어지기 때문에 시선을 내려 가까운 것을 볼 때 비교적 밝게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색을 한번 넣으면 농도를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차가 큽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값이 그대로인 분이 훨씬 많습니다.

마무리하며

완성된 안경을 써 보시고 A 고객님께서 하신 말씀은 짧았습니다. 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반응을 좋아합니다. 안경이 잘 맞으면 할 말이 별로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도수가 줄어드는 일은 제가 만들어 드릴 수 있는 결과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날의 눈을 정확히 재고, 지난 기록과 비교해 드리고, 그 값을 얼굴 위에 정확히 올려 드리는 데까지입니다. 다만 그 일을 여러 해에 걸쳐 같은 자리에서 해왔다면, 어느 날 그 기록이 무언가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눈부심이나 흐림이 안경을 바꾸어도 계속되신다면 안과 진료를 먼저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안과 의사 선생님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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