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이 오세요 브랜드 시력 이야기 후기 소개 예약하기

새로 들어온 린드버그 할리를 저울에 올려 보고, 가볍다는 말의 절반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과정이 기억 되는 안경’ 사이트안경의 태호군 입니다.

매장에 린드버그 에어 티타늄 림 라인의 할리(HARLEY)가 들어왔습니다. 가는 티타늄 줄로 렌즈를 한 바퀴 두르고 그 안쪽에 아세테이트를 한 겹 덧댄 동그란 안경입니다. 이 브랜드에 대해서는 지난번 선글라스 편에서 얇은 티타늄 풀림 구조가 무테와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적어 두었으니,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되풀이하지 않고 다른 것을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매장 저울에 이 라인의 테를 올렸더니 3g이 찍혔고, 같은 저울에 렌즈 두 장을 올렸더니 18g이 찍혔습니다. 여섯 배입니다. 그러니까 안경이 무겁다고 느끼실 때 그 무게의 대부분은 테가 아니라 렌즈에서 옵니다. 가벼운 테의 값어치는 무게를 없애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어디에 얹을지 정할 여지를 안경사에게 만들어 준다는 데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고 그것이 실제 착용에서 무엇을 바꾸는지를 순서대로 적어 두겠습니다.

이번에 들어온 할리는 어떤 구조인가요

동그란 셰이프입니다. 정면에서 보면 얇은 금속 줄 안쪽에 갈색 무늬가 한 겹 더 보이는데, 이것이 아세테이트 이너 림입니다. 티타늄 줄만 있으면 인상이 차가워지는데 안쪽에 아세테이트를 한 겹 두르면 금속인데도 뿔테 쪽의 온기가 섞입니다. 이번에 온 것은 데미 무늬라, 빛을 비스듬히 넣으면 갈색과 호박색이 얼룩처럼 번갈아 보입니다.

브릿지는 따로 만든 부품을 붙인 것이 아니라 줄 하나를 굽혀서 만들었습니다. 코받침이 앉는 자리에서 한 번 접히고 가운데에서 완만하게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이 라인은 모델 이름이 숫자가 아니라 사람 이름이라는 점도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할리, 펨케, 모르텐 같은 이름들이 붙어 있어서, 각인을 보고도 그것이 모델명인 줄 모르고 지나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나사가 없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요

이 브랜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나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공식 설명으로는 힌지에 나사도, 리벳도, 용접도 쓰지 않습니다. 대신 다리가 시작되는 자리에 티타늄이 용수철처럼 감긴 코일이 하나 들어가 있고, 그 코일의 탄성으로 다리가 열리고 닫힙니다. 제가 실물을 받아 들고 가장 오래 들여다본 곳도 이 자리였습니다.

쓰시는 분 입장에서 얻는 것은 분명합니다. 풀릴 나사가 없으면 나사가 풀려서 생기는 고장도 없습니다. 제가 매장에서 받는 수리 가운데 꽤 큰 몫이 나사 관련입니다. 한쪽 다리가 덜렁거린다, 어제까지 괜찮았는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헐거워졌다 같은 말씀으로 오시는 경우인데, 그 문제가 구조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 둔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쓰시는 분 쪽 이야기이고, 만지는 쪽에서는 품이 다르게 듭니다. 일반 메탈테는 나사를 풀고 부품을 갈아 끼우면 되지만 이 구조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고, 조정할 때 힘을 주는 자리와 방향도 일반 메탈테와 다릅니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루는 방법이 다른 물건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저울에 올려 봤습니다

숫자 없이 가볍다고만 쓰면 그것은 리뷰가 아니라 광고 문구입니다. 그래서 매장 저울에 직접 올려 봤습니다. 주방용 저울이고 1g 단위라 오차가 있지만, 자릿수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합니다.

한 가지 먼저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저울에 올린 것은 할리가 아니라 같은 에어 티타늄 림 라인의 펨케 51입니다. 마침 렌즈까지 들어 있는 완성품이 그쪽이어서 테와 렌즈를 따로 재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아래 숫자는 할리 자체의 무게가 아니라 같은 라인의 무게라고 읽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테 하나가 3g으로 찍혔습니다.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적어 둔 이 라인의 무게도 3.0g이라, 표기와 실물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3g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오실 것 같아 옆에 종이클립을 세 개 놓아 봤습니다. 큰 사무용 클립 한 개가 대략 1g이니, 안경테 하나가 클립 세 개인 셈입니다.

렌즈는 테의 여섯 배였습니다

그다음이 제가 진짜 적어 두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같은 저울에 그 테에 들어 있던 렌즈 두 장을 올렸더니 18g이 찍혔습니다. 테의 여섯 배입니다.

이 숫자에는 단서가 하나 붙습니다. 그 렌즈의 도수와 굴절률, 소재를 제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18g이라는 값을 모든 안경에 그대로 옮기실 수는 없습니다. 도수가 낮고 굴절률이 높은 렌즈라면 더 가벼울 것이고, 도수가 높거나 렌즈 크기가 크면 더 무거워집니다. 다만 자릿수의 방향만큼은 바뀌지 않습니다. 완성된 안경에서 테와 렌즈 가운데 무거운 쪽은 거의 언제나 렌즈입니다.

그래서 안경이 무겁다고 하시며 오시는 분께 제가 먼저 보는 것은 테가 아니라 렌즈입니다. 지금 쓰시는 안경의 굴절률이 얼마인지, 렌즈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도수가 어디에 몰려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여기에서 줄일 수 있는 폭이 테를 바꿔서 줄일 수 있는 폭보다 훨씬 큽니다. 테만 가벼운 것으로 바꾸고 렌즈를 그대로 두면, 몇 그램 줄인 대가로 값을 치르고 체감은 거의 그대로인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벼운 테는 무슨 소용일까요

여기까지 읽으시면 자연스럽게 반문이 생깁니다. 렌즈가 여섯 배 무거운데 테를 3g으로 만드는 일이 무슨 소용이냐는 것입니다. 제가 매장에서 드리는 답은 이렇습니다.

같은 18g이라도 그 무게가 코에 다 얹히느냐, 코와 귀가 나눠 지느냐에 따라 하루가 다릅니다. 테가 무거우면 나눌 여유 자체가 없습니다. 이미 정해진 무게가 크기 때문에 어디에 얹을지를 고를 수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테가 3g이면 전체에서 테가 차지하는 몫이 작아서, 코받침의 각도와 높이, 다리가 귀에 걸리는 지점과 압력으로 무게의 배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같은 무게라도 좁은 면에 실리면 아프고 넓은 면에 실리면 아프지 않습니다. 코 옆에 자국이 선처럼 남는 분과 넓고 옅게 남는 분의 차이가 여기에서 갈립니다. 무게를 줄이는 일과 무게가 닿는 면적을 넓히는 일은 다른 일이고, 뒤쪽이 착용감을 더 많이 결정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가벼운 테는 가벼움 자체를 손님께 드리는 물건이 아니라, 무게를 어디에 어떻게 둘지 정할 여지를 안경사에게 주는 물건입니다. 저는 이쪽이 이 브랜드의 3g이라는 숫자가 가진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안경이 맞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좋은 이야기만 적으면 리뷰가 아니라 광고가 됩니다. 네 가지를 함께 적어 둡니다.

첫째, 도수가 많이 높으시면 가는 림은 불리합니다. 렌즈 가장자리를 가려 주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두께가 그대로 보이고, 특히 이 모델은 동그란 셰이프라 같은 사이즈에서도 대각선이 길어져 가장자리가 더 두꺼워집니다. 둘째, 이 모델은 브릿지가 넓은 편입니다. 콧대가 넓으신 분께는 잘 맞는 대신 코 폭이 좁으신 분은 안경이 눈보다 아래로 내려앉을 수 있어서, 이 부분은 써 보시고 정하셔야 합니다.

셋째, 가는 와이어는 힘을 잘못 주면 휩니다. 험하게 쓰시거나 한 손으로 벗는 습관이 있으시면 모양이 틀어지기 쉽습니다. 넷째, 수리 경로가 일반 메탈테와 다릅니다. 부품이 필요하면 정식으로 취급하는 곳을 통해 받아야 해서, 동네에서 아무 곳이나 들러 바로 해결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렌즈를 넣는 과정에도 신경 쓰는 구간이 따로 있습니다. 가는 림 안경은 렌즈를 깎은 정밀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렌즈 둘레의 홈이 조금만 작아도 헐거워지고 조금만 커도 얇은 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테를 먼저 얼굴에 맞추고, 그 상태에서 눈동자 위치를 재고, 조립한 뒤에 림 둘레에 빛을 넣어 틈이 떴는지를 다시 봅니다. 마지막 확인을 건너뛰면 한 달쯤 뒤에 렌즈가 돌아간 것 같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지금 쓰고 계신 안경으로 집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는 것을 적어 둡니다. 안경을 벗은 뒤 코 옆에 자국이 얼마나 깊게 남아 있는지, 오후가 되면 안경을 자꾸 밀어 올리게 되는지, 그리고 안경을 손바닥에 얹어 보았을 때 무게가 앞쪽으로 쏠려 있는지 세 가지입니다. 앞의 두 가지가 해당되신다면 테를 바꾸기 전에 지금 렌즈가 얼마나 무거운지부터 확인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방문하실 때는 지금 쓰시는 안경을 꼭 가져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울에 한 번 올려 보면 무게가 어디에서 오는지가 바로 보이고, 자국이 남는 자리와 흘러내리는 지점을 함께 보면 새 안경에서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지가 훨씬 빨리 정해집니다.

다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눈부심이나 흐림이 안경을 바꾸신 뒤에도 이어진다면 안과 진료를 먼저 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안과 의사 선생님의 영역입니다.

할리는 매장에 실물이 있고, 림 색을 고르실 수 있도록 색상 견본 링도 함께 있습니다. 얇은 조각들을 고리에 꿴 견본인데 빨강과 초록, 파랑, 은색, 투명한 것까지 들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무난한 색을 고르시다가 얼굴 옆에 대 보시고 나면 생각보다 진한 쪽으로 넘어가시는 분이 많은데, 테가 워낙 가늘어서 색이 세도 얼굴을 이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이트안경은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 300 지밸리몰 1층 10호에 있고,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오시기 전에 예약만 남겨 주시면 됩니다. 가격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매장에서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 E5 아이반을 들여오며 — 오래 쓰라고 만든 클래식에 대하여텐아이반 no.1 IV를 들여오며 — 자개 코받침이 안경사에게 요구하는 것 →
예약하기 전화하기